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질러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섬진강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는다. 봄기운의 상징은 꽃이다. 3월 중순에서 4월 초까지 길지 않은 기간, 강의 양쪽 산기슭은 온통 꽃물결로 출렁인다. 연분홍 매화가 먼저 얼굴을 내민다. 매화축제가 열리는 12~21일 기간동안 가장 아름다운 꽃 자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유명한 매화촌은 섬진강 남쪽에 있는 매화마을(광양시 다압면)이다. 백운산의 끝자락으로 청매실농원이 이곳에 있다. 논밭이 적어 가난했던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유실수인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젠 온 산이 매화나무로 뒤덮였다. 흩날리는 꽃잎에 눈이 부실정도이다.
청매실농원은 농원이라기보다는 근사한 공원이다. 매실을 숙성시키는 굵은항아리가 보기 좋게 도열해 있고, 매화밭 사이로 산책길을 냈다. 농원 건물 안에도 통나무 탁자를 여기저기 설치하고 매실차와 과자를 맛보게 한다. 매년 꽃이 필 무렵이면 사진작가와 화가, 문인들이 봄빛 영감을 얻기 위해 이곳에 들른다.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은 장독대 아랫길을 지나 오르는 능선이다. 꽃이 만개하면 지나는 사람이 꽃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12일부터 매화축제가 시작되면 축제기간동안 다양하게 준비된 행사가 펼쳐진다.
광양에서 섬진강을 건너면 경남 하동군으로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이다. 군에서 그 흔적을 많이 재건해 놓았다. 최참판댁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산수유꽃이 노오란 고개를 든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에 자리한 산수유마을이 그곳이다. 산수유 열매 전국 생산량의 60%가 이곳에서 나온다. 마을 전체가 노란 구름에 갇혀 있는 듯이 보인다.
산수유는 멀리서 보면 개나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가지와 꽃 모양이 전혀 다르다. 개나리와 달리 가지가 처지지 않았고 꽃은 수십개의 뿔이 난 왕관을 닮았다. 산수유는 특히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군락을 이룬다. 노란색 꽃봉오리가 물 속에서도 반짝거린다. 따스한 봄이 손에 잡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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