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되면 가슴이 설레는 건 왜일까.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풍성한 음식 때문일까. 이유야 어찌 됐든 추석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 잘 못보던 친지들도 추석 때만큼은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
우리집은 3자매로 우리아버지가 장손이시다보니 명절 때가 되면 고모들과 삼촌은 우리집으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그때마다 날 보시며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옛날엔 쬐그만 했는데 언제 저렇게 컷대? 이젠 시집보내도 되겠네. 하시고는 웃음지으시던 얼굴들.
이렇게 온 가족이 다 모일 수 있는 때는 일년에 단 두 번. 바로 추석과 설 뿐이다. 하지만 정겨운 추억이 더 많은 때는 일년에 아무래도 추석이다. 그 이유는 바로 송편 때문이다.
송편을 만들 때면 온 가족 모두가 손을 씻고 덤벼들어 그동안의 못다한 얘기를 나누며 송편을 빚던 기억. 이런 명절날엔 특히 어머니의 손길은 바빠지고 그 손길로 인하여 우리의 식탁은 평소와는 다르게 푸짐해진다.
뭐니뭐니해도 추석 음식의 으뜸은 송편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온 가족, 친지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며 빚은 송편은 단순한 떡이 아니라 정과 사랑이 깃든 맛을 낸다.
낮에 빚은 송편이 상위로 올라오면 다들 서로의 모양새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바쁘다. 서로 더 예쁘게 빚었다며 옥신각신 얼굴에 웃음을 띠고 다투기도 한다. 사실 잘나고 못난 것없이 다 똑같은 송편인데 말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송편은 먹음직스럽게 잘 빚어 맛있게 보이는 반면 어떤 송편은 그 크기가 주먹만한데 속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어떤 송편의 크기는 아주 작은데 속이 꽉 차 있어서 찔 때 터진 것도 있고, 정말 갖가지의 송편들이 올라온다. 그 중 제일 못생긴 송편을 들고 서로 자기가 만든 게 아니라면서 얘기 나누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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