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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2006.9] 열네 번의 이사
 작성자 차영옥
 작성일 2006.09.21
작 성 일 : 2006.09.21
“ 열네 번의 이사 ”



25년 전 신혼시절, 우리는 1년만 되면 정기적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셋방을 구할 때 주인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아이들이 몇 명이고 몇 살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리거나 수가 많으면 선뜻 방을 내주지 않았다. 이유인즉 아이들이 들락거려 소란스럽고 목욕을 자주 시키니 수도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시절 주인의 말에는 무조건 순종해야 했다. 셋방살이 하는 동안은 무엇보다 참을성이 있어야 했던 시절이다. 특히 주인집 아들이나 손자와 싸웠을 때 아무리 우리 집 아이가 기운이 세도 주인집 손자를 이겨서도 안되었다. 잘못 보이면 집주인이 방빼라고 할까봐 항상 긴장하면서 살았다. 방빼라고 큰소리치는 주인은 셋방살이하는 사람의 아픔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주택자의 가장 큰 설움이었다. 배고픈 설움도 큰 것이지만 집이 없어 이곳저곳 셋방살이를 하는 것도 큰 설움이었다. 부부싸움도 절대로 큰소리로 하면 안되었다. 특히 밤 10시 이후엔 더욱 조심해야하고, 꼭 큰소리로 싸워야 할 일이 생기면 밖으로 나가서 동네 빈터에서 해결하고 귀가해야 했었다. 없는 듯 있는 듯 항상 매사에 조심성이 필수조건이었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면 설탕이나 식용유 세트를 주인에게 선물로 드리고 나면 보름정도 그럭저럭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그 약발이 한 달도 못 가서 식어버렸다. 며칠 전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들춰보니 이사 횟수가 너무 많아 한 장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두 장이 가득하다. 열네 번이나 이사를 다녔던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삶의 굴곡이나 애환 하나쯤은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사는 게 아닐까? 그때는 슬프거나 괴로웠던 일일지라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될 수 있다. 지하방에서 단독주택 옆방으로 옮길 때의 그 기쁨! 또 월세방에서 전셋방으로 옮긴 뒤, 알뜰히 모으고 모아 단독주택 독채로 이삿짐을 옮겼을 때는 내 집인 양 너무나 좋아서 우리 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이제 집주인과 마주칠 이유도 없고 같이 살지 않으니 눈치를 볼 일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설혹 시끄럽게 해도 뭐라 나무랄 사람이 없으니 그게 천국이었다. 그 뒤 많은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다. 눈물의 빵을 먹으며 아내와 나는 아끼고 저축한 결과 지금 우리는 남에게 방을 빌려주는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몇십 개나 되는 방을 관리하다 보니 세입자들과 겨우 계약할 때만 얼굴을 보고 몇 달 동안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난 원룸을 준공한 뒤 4층 우리집으로 이사하는 날,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약속을 했었다.



우리가 젊었을 때 그토록 어렵게 세들어 살았고 수없이 이사했던 그 시절을 생각해서 세입자들에게 기쁨을 주지는 못할망정 절대로 눈물을 흘리게 하지는 맙시다.

그 실천사항으로 설과 추석 때는 작은 것이지만 세입자들에게 양말 세트라도 선물하고 우리집에 이사오는 날에는 팥죽은 못 끓여 줄 망정 두루마리 화장지 세트라도 잊지 않고 건네주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아직껏 실천하고 있다. 어느 신혼부부는 4년 동안이나 우리 원룸에 같이 살면서 집을 장만할 때까지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알뜰한 부부도 있다.



이제 지천명의 중반에 접어든 우리 부부가 더 이상 무엇에 욕심을 부리며 살 것인가? 세상만사 하늘의 뜻으로 알고 주어진 현실에 감사할 뿐이다. 이제 마음을 편하게 그리고 넉넉하게 갖고 주위 사람들의 서운했던 일들은 흐르는 물에 띄워보내고, 상대방의 장점만을 찾아 어깨를 토닥거리며 살아야겠다. 마당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어미닭과 병아리의 다정한 삶을 조금씩이라도 닮아가고 싶다.



박 세 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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