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교차로를 통과한 후 편도1차로를 10여미터 질주한 순간, 너무나 아득한~ 꿈이기를 기도했다.
한 여자분이 무작정 뛰어나와 내 오토바이 앞에 서는 순간 나에겐 천 길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절망감... 제발 꿈이기를...
피하려다 오토바이와 함께 쓰러진 나는 헬멧이 땅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되어 코피를 줄줄 쏟으면서 119로 급히 전화하고 택시를 타고 그 여자분과 함께 차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갈비뼈마저 4개가 부러진 채로 누워서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사진 찍고 경찰조서 받으며...
몇 일을 꿈속에서 보냈다. 새벽녘 어김없는 간호사의 문여는 소리.
처음으로 전신마취하에 얼굴 광대뼈와 치주골을 세우는 복합수술 등이 이루어졌다.
이 모든 것이 꿈인 듯 싶었고 제발 꿈에서 깨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부벼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그것은 현실 자체였다.
10여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병원생활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매일같이 순회 진료하시는 원장님을 비롯한 담당과장님, 부장님 그리고 수시로 찾아주시는 간호사님...
병원이라는 곳이 낯설고 왠지 거리감 있게 느껴졌는데 가족처럼 모시는 차병원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무색하지 않았고 의사선생님의 권위의식도, 또한 간호사와 환자와의 거리감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때나 담당과장님과 원장님께 애로사항을 면담할 수 있어 좋았고 언제나 친절하신 그 모습이 나에겐 정말 큰 위로가 되었고 병원이라는 곳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곳에서 느낀 점은 요즘 사회암처럼 번져버린 나이롱 환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미 완치된 환자에게 장기입원을 강요하지 않는 의사의 양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같이 병실에 재활운동을 하거나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들 그리고 복도에서 부딪히는 다른 환자들...
서로 위로하고 나누어 먹고, 수술을 할 때는 서로를 안타까워하며 그렇게 우리는 동병상련하며 한 형제처럼 지냈다.
어느덧 20여일...
난 또 한번의 수술을 받고 말았다. 이젠 얼굴 붓기도 빠지고 곧 퇴원하리라는 기대감에 마음마저 조금은 들떠 있었는데 불과 며칠 전 입원한지 17일째 되던 날 상하의 이빨조합이 맞지 않아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 수술은 꿈인 듯 보냈다면 이번 수술은 그야말로 마취향기가 날 그렇게 2~3일을 괴롭혔다. 콧속에 남은 핏덩이로 인해 콧속이 막혀 입으로만 숨을 쉬면서 난 그렇게 고통스러워했다. 얼굴을 감싼 붕대를 풀고서야 비로소 콧속을 뚫을 수 있었고 붓기 빠진 얼굴을 방금 시합을 마친 권투선수처럼 다시금 옥떨메로 변해 있었고 입술은 축 늘어진 고무줄처럼 찢기고 늘어져 있었다.
이젠 얼굴은 거의 정상모습으로 돌아왔다. 빨갛게 충혈되어 2주 넘게 꼴불견이었던 왼쪽 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토록 싫어했던 죽을 국 한 사발과 함께 3주째 먹고 이젠 입놀림이 조금은 자유로워져서 밥으로 바꿔 식사를 하고 있다. 김치도 조금씩 씹으면서...
지금도 나와 같은 병원에서 입원해 계시는 그 여자분. 그분이 빨리 완쾌되어서 빨리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그리고 이곳 간호사분들께도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주사를 놓을 때도 항상 웃는 모습으로 빼놓지 않는 말, 아프세요?
그 말 한마디에 모든 환자들의 시름과 고통이 녹아 없어졌으리라...
이곳 병동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를 하는 듯 보였는데 야간에도 새벽에도 항상 낮에 보았을 때의 변함없는 그 미소 그대로였다.
끝으로 이곳을 찾는 모든 환자분들께 항상 변함없는 차병원으로 거듭나시고 좋은 진료, 밝은 미소와 친절로 시민과 좀더 가까이 다가서기를 바라면서, 환자여러분의 빠른 쾌유와 건강을 위하여 파이팅!!
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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