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를 품에 안고 있는 도솔암(선운산)은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숲을 간직한 명산이다.
고창 선운사에만 자생하는 천하 삼미가 있으니 풍천장어과 복분자주, 작설차가 그것이다. 이중 하나만 먹지 않아도 고창에 갔다왔다고 할 수 있을까...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 미당 서정주 -
이 시로 인해 선운사의 상징처럼 돼버린 동백은 선운사 뒤편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동백은 붉디 붉은 색으로 피었다가 한 순간에 눈물처럼 뚝 떨어지는 꽃이다. 시듦을 모르는 절개 있고 고상한 꽃으로 사랑 받고 있다. 떨어진 꽃잎이 이토록 아름답고 가슴을 맵게 하는지 진작 몰랐을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선운사는 또한 볼거리가 많다.
다른 절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 양식인 천왕문은 이 절의 대문격이며 밑에는 사천왕을 모시고 위는 종주로 사용하고 있다.
경내엔 만세루라는 매우 남성적인 건물이 있다. 이 투박한 건물에서 지친 다리라도 쉴 겸 마루에 걸터 않아 남성적인 투박함과 씩씩함을 느끼게 하는 대웅전과 대웅전을 감싸고 있는 동백나무 숲이 꽃을 피워 그 여성미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계곡을 끼고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다보면 절면 한 면을 다 차지하는 거대한 미륵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눈은 째려보는 듯하고 입은 심술 굳게 꽉 다물고 있는 성난 표정의 이 마애불은 위협적인 표정과 함께 이 곳에서 본 낙조의 아름다움과 함께 가슴에 오래 간직될 것이다.
고창의 고인돌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선사시대로부터 조상의 얼을 이어받은 문화유산의 큰 맥락이기도 하다. 선사와 역사시대를 넘나들며 자연과 문명을 두루 만나고 다니다 다리가 지칠 때쯤 서해 칠산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동양 최대의 가경이라는 선운사 낙조의 풍경을 즐겨봐도 좋을 것이다.
제 목
첨부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