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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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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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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9] 한 줄기의 소나기가 되어...- 장복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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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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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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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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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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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 성 일 : 2003.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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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기의 소나기가 되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도 드물다.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눈과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크고 작은 고통을 호소하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그들에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환자의 상태를 묻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진찰하고 주사하고 처방전을 기록하여 돌려보낸다. 극히 사무적인 대화로 오가는 우리들에게서 진실한 위안을 찾고 삶의 의지를 확인하는 기쁨을 찾아가는 환자가 몇이나 있을까.
병원 간판이 두 번이나 바뀌다 결국 닫힌 병원의 한 쪽으로 쳐진 간판이 세 번째 주인이 들어서며 반듯하게 다시 걸린다. 이전 두 얼굴의 간판 속에서는 의사의 권위와 간호사들의 메마른 감정, 잘 정돈되지 않은 병실이 마을 사람들의 발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바뀐 병원에서는 전에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병원 안의 긴 의자가 비어있는 날이 드물다. 사람들이 진료만 받으러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궂은 일, 기쁜 일들을 털어놓고 의사와 간호사는 그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낯익은 노인들의 밝은 웃음이 병원 유리창 밖 세상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얼굴이 유리창에 환한 웃음으로 번진다.
김소경씨의 「약을 팔지 않는 약사」라는 수필에서도 메말라가는 현실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는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무더운 여름날, 시인이 약국을 찾아 두통약을 달라고 하니 되도록이면 약을 먹지 말라고 하며 좀 쉬면 괜찮아 질 거라고 찬 보리차 한 컵을 따라준다. 약국에서 약만 팔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열어 약국을 찾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힘과 용기를 팔고 있었다. 보리차 한 잔이지만 무더위 속에서 한 줄기 소나기를 만난 듯 심신이 상쾌해지며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힌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음을 느낀 시인의 즐거운 체험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병원에서의 공식적인 과정(접수, 무거운 침묵의 기다림, 딱딱한 호명, 진찰, 주사, 진료비 지불)의 반복만이 최선은 아니다. 병의 치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마음이라 하지 않는가. 환자 하나 하나가 나의 어머니, 형제, 친구라는 사랑과 애정이 환자와의 사이에 믿음을 갖게 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일과 고통을 자신의 일인 듯 마음을 열고 들어주어 환자들의 빠른 회복을 소망하는 우리가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길임을 다짐하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서며 더위와 삶의 무게에 억눌리며 고통스러워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오늘도 나는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되었는가. 집을 향하는 발길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간호과장 장복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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