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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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09.12] 뜻밖의 선물

작성자 차영옥

작성일 2009.12.22

작 성 일 : 2009.12.22

“뜻밖의 선물”

- 위대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이 위대한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닐까.

스키를 타던 중 예기치 못한 충돌로 척수손상을 입어 하반신마비를 갖게 된 외국인 스키선수 J씨가 있었는데, 이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작스런 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되어 장애를 갖게 되었기 때문에 치료하는 내내 물리치료보다는 마음을 보듬어 주는데 신경을 썼던 걸로 기억된다.

왕성히 활동해야 할 때에 청천벽력 같은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입게 되어 상심이 무척이나 아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다.

치료하는 내내 죽고싶다. 난 살 필요가 없다.라고 하던 소리가 생생하다.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J씨가 좋아질 수 없고 평생 걸을 수 없음을 인정한 뒤론 얼굴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보기에도 아주 수척해지고 있었다. 그 후 정신없이 수주가 흘러갔다.

시간이 지나며 내 마음 속에서 그 환자의 자리가 점점 작아지며 사라지고 있음을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데 동료 물리치료사가 J씨가 날 찾는다며 빨리 나가보라는 게 아닌가.

서둘러 밖에 나가보니 주황색 상자를 무릎에 둔 채 휠체어에 앉아 있는 J씨를 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순간 난 그게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렸으며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물이 글썽였다.

언젠가 치료시간에 J씨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야기 중 나는 특별한 날을 앞두고 아들에게 줄 선물로 축구화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 아들의 나이를 물어보는 그에게 난 대답했고 J씨는 그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퇴원하는 날 어렵사리 축구화를 마련해 내 아들에게 주는 자신의 선물이라며 아들 발에 잘 맞았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는 그를 보며 난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엄청난 압력을 받아 석탄이 다이아몬드가 되듯 어려움을 이겨낸 그는 더 이상 내가 돌보고 보듬어 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존경해야 할 인물이 되었다.

위대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이 위대한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닐까.

뜻밖의 선물. 아들의 축구화가 아닌 그가 나에게 준 감동이었다.

물리치료실 박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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